주말을 이렇게 온전히 쉬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.

 

이정도면 됐지 뭐.. 하며 하는 일에 의욕 없이 그냥저냥,

만족하지 않아도 그냥저냥 지내왔는데

우연한 기회로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고 의욕에 불을 지폈다.

 

이직 준비를 하면서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지 않는지 깨닫게 되었고

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그 깨달음을 더 단단하게 해줬다.

그냥저냥 하는 마음으로 그 일을 계속 업으로 삼으려던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도 깨달았다.

 

더이상 자존감을 떨어뜨리기 싫어서 어쨌든 지금이라도 깨달아 다행이라고 날 세뇌시켰다.

 

퇴근 후엔 이력서를 업데이트 했고 주말엔 자소서를 고쳐썼고

자소서를 고치고는 채용공고를 들여다 봤다.

 

내가 갈 곳이 있을까, 나를 반겨주는 곳이 있을까 했는데

아주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.

 

너무나 반겨주는 사람들 덕분에 트루먼쇼인가 의심도 했는데

그냥 날 믿기로 했고, 그냥 감사하기로 했다.

 

일이 하나하나 풀리니 근심도 걱정도 풀리고

마음 편하게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

편하다.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고.

 

연초에 운 다 땡겨쓰는 불상사가 아니길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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